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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

나는 학생이다


이전 포스트에 썼듯이, SNS로부터 멘탈을 지키기위해 그로부터 멀어진 후로, 매일 매일 티안나게 나를 괴롭혔던 여러 가지 비교와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멘탈을 튼튼히 하는 것이 근본책이라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임시방편과도 같은 것이라서, 

때때로 피해갈 수 없는 비교나 열등의식이, 잔가시처럼 거슬리는 SNS공격을 통해서가 아니라, 핵주먹 펀치같은 맨투맨 대화에서, 훅 하고 수면위로 올라오는 것 까진 막을 수가 없다. 물론 말은 공격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상대는 조금의 공격의사도 없음에도, 혼자 꾸준히 앓아온 열등과 자책감에 자폭하는 거라고나 할까. 상대방은 그저 의문의 1승을 거둘뿐.


그런 여러 가지 열등의식 중에서 - 아닌척 하지만 사실은 아주 아주 여러가지가 있음을 갈수록 더 느낀다-, 점점 더 커져가는 것은 학생이라는 신분. 

돈을 벌지 않아서? 

소위 말하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몰라서? 

둘다 내가 학생이라는 신분에 열등감을 느끼는 원인이지만, 사실 무엇보다 쉽게 나태해질수 있는 생활패턴속에서 실제로 내가 쉽게 나태해지기 때문에 그런 나를 자책하다 생기는 열등감인 것 같다. 


한번은 나보다 2년 정도 일찍 프로그램에 들어온 미국 친구가 여름 방학동안 논문자격시험을 치고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아직 시험도 안치렀고 정규수업듣는 것만으로도 헐떡 거리던 애송이 학생이었던 나는 그 친구에게 힘들지 않냐는 심심한 위로(?)를 건넸었다. 그 때 그 친구가 지나가듯 했던 한 마디 


"음 그래도 괜찮아, 이게 내 직업인데 뭐"  


별거 아닌 이 한마디가 정말 내 눈을 확뜨이게 해줬다, - 사실 그 순간엔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학생이 내 직업이라면 학교가 내 직장이고 공부가 내 업무인데, 그때 툭하면 힘들다고 징징대고 피하려고만 했었거든-. 그래. 이게 내 직업이지. 나는 그냥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러, 혹은 그저 안정감의 유예를 바라고 여기 있는건 아니었잖아. 공부를 직업 삼기 위해 여기 있는거고. 지금 내 직업이 공부고 연구니까, 그러니까 -기초생활만 겨우 유지할 만큼의 돈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서 지원해줘가며 공부시키는 거잖아, 나는 왜 나를 아직도 내 스스로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도 없는 초짜 취급을 하며 나의 나태를 합리화하고 연장시키기만 하는 걸까. 걸핏하면 이것만 벗어나면 모든게 바뀔것 처럼. 사실 그렇지 않다는거 알면서. 


물론 그렇게 심봉사 눈뜨듯이 그친구 말에 아하! 했던 순간 이후에도 나는 쉽게 쭈구리 학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캬캬. 깨달음은 한순간이지만 생활을 바꾸는건 정말 인고의 노력이 아니고서는 안된다는. 그래도 그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쭈구리 심리상태를 조금은 바꿔준 한마디였음은 분명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아직도 부모님과의 대화에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지금 내 직업인 학생에 대해 당당하지 못하다. 왜 때문에? 오랜만에 연락온 한국친구 - 한국친구는 다 한참 직장인- 가 어디냐고 뭐하냐고 물었을때, 나는 분명 집에서 열심히 티칭준비를 하고 있었고, 까페에 앉아서도 페이퍼를 쓰고 있었음에도, 대답해 놓고는 머쓱하다 스스로. 왜 때문에?

상사와의 갈등이나 회사일로 스트레스 받아하는 친구와 이야기 나눌때 역시, 나는 그저 내가 좋아서 그 좋다는 미국에 공부하러 온 사람인지라, 지도교수 및 학교와의 미묘한 심리전도, 학교재정이 악화되서 월급이 감봉되고 이제 끊길것 같다는 이야기도, 논문 아이디어가 거지같이 안나와서 괴로운 마음도,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안될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나야 늘 똑같지 뭐' 로 마무리 짓고 만다. 왜 때문에?


물론,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안부 묻는 상황에 굳이 너의 괴로움 나의 괴로움 ㅆㅂ 인생 거지같다 하며 죽상쓰는 이야기는 할 필요는 없으니 나도 그들도 거기까지는 잘 안가는 거긴 하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며 공유할수 있는 것들이 주는 것 역시 당연한거고 말이다. 


그러니까, 정말, 이건, 심각하게, 솔직히, 진짜, 이건, 내 문제다. 나는 나대로 떳떳해지면 되는데.


이렇게 참 소심하고 열등감 쩌는 나이기에, 여기 내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이 블로그에 소심하게 항변(?)의 글을 쓰는 것으로 속풀이하는 중. 이거 완전 나중에 시간 지나 들여다 보면 손발부끄러워 오그라들 각인데. 어쩌지? 


공개로 할까 말까. 할까 말까. 사람 맘이 묘한게 또 아무도 안찾아오는 블로그래도 비공개로 혼자보면 속이 덜 풀리는 거 같아 왜 때문에?